커널 취약점 하나를 찾는 데 연구자 한 명이 몇 달을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26년 8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블랙햇 USA 2026은 그 전제가 깨졌음을 보여줬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리눅스 커널에서만 잠재적 권한 상승 취약점 1,000건을 뽑아냈고, PoC 자동 생성 비용은 건당 4달러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장의 결론은 “사람이 필요 없다”가 아니라 “발견은 빨라졌는데 보고가 못 따라간다“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개된 수치와 그것이 가리키는 새 병목을 정리합니다.
발견 속도가 보고 속도의 10배
애리조나주립대 부교수 얀 쇼시타이슈빌리(Yan Shoshitaishvili)는 “에이전틱 시대의 취약점 연구(Vulnerability Research in the Agentic Age)” 세션에서 GPT 기반 워크플로우를 리눅스 커널에 적용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1차 결과가 잠재적 로컬 권한 상승 약 600건, 과거 취약점에서 뽑은 속성(데이터 흐름 오류, 인젝션, 경쟁 상태, 인증 우회)을 힌트로 주자 1,000건을 넘겼습니다.
핵심은 그다음입니다. “발견 속도가 보고 속도보다 약 10배 빨랐다”는 것입니다. 벤더에 넘기려면 재현 가능성과 영향도를 검토하고 수정 방안까지 준비해야 하는데, 이 단계는 여전히 사람 몫이기 때문입니다. 스캐너가 뱉은 1,000건은 그대로는 리포트가 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AI가 공격을 산업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전틱 시큐리티 리더 데이비드 웨스턴(David Weston)은 방어의 무게중심을 탐지에서 예방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는 사내 데이터입니다. 보안대응센터(MSRC)가 올해 처리한 취약점은 약 6주마다 두 배로 늘어 3월 대비 9배가 됐습니다.
리눅스 커널 실험 결과는 더 직접적입니다. 웨스턴에 따르면 “리눅스 커널 취약점 200건 중 182건에 PoC를 자동 생성했으며, 평균 생성 시간은 21분, 비용은 약 3.6달러”였습니다. 성공률 91%에 건당 5,000원 남짓입니다.
9년 묵은 커널 버그를 1시간 만에
국내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됩니다. 오펜시브 보안 기업 티오리의 코드 분석 AI ‘진트 코드(Xint Code)’는 리눅스 커널에 9년간 숨어 있던 권한 상승 취약점 ‘Copy Fail(CVE-2026-31431)’을 분석 시작 1시간 만에 찾아냈습니다. 같은 엔진이 애플 최신 OS에서도 커널 취약점 두 건을 발견해 패치를 이끌어냈고, 그중 CVE-2026-64775는 메모리 초기화 결함으로 CVSS 9.8점(Critical)을 받았습니다.
| 발표·사례 | 대상 | 핵심 수치 |
|---|---|---|
| 얀 쇼시타이슈빌리 (애리조나주립대) | 리눅스 커널 | 잠재적 LPE 600건 → 힌트 제공 후 1,000건 이상, 발견:보고 = 10:1 |
| 데이비드 웨스턴 (마이크로소프트) | 리눅스 커널 CVE 200건 | 182건 PoC 자동 생성(91%), 평균 21분, 건당 약 3.6달러 |
| 데이비드 웨스턴 (마이크로소프트) | MSRC 접수 취약점 | 약 6주마다 2배, 3월 대비 약 9배 |
| 티오리 진트 코드 | 리눅스 커널 CVE-2026-31431 | 9년간 미발견 → 분석 1시간 만에 발견 |
| 티오리 진트 코드 | 애플 macOS CVE-2026-64775 | CVSS 9.8 (Critical), 사용자 조작 없이 악용 가능 |
병목은 스캐너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세 발표가 가리키는 곳은 같습니다. 탐지는 자동화가 끝났고, 뒷단(재현 검증 → 영향도 판정 → 패치 설계 → 벤더 커뮤니케이션)만 사람 속도로 남았습니다. 서브시스템별로 메인테이너가 나뉘고 리뷰가 메일링 리스트에서 이뤄지는 커널에서는 격차가 특히 큽니다. AI가 만든 600건짜리 후보 목록을 그대로 lore.kernel.org에 던지면 메인테이너에게는 스팸입니다.
공수 비대칭도 커집니다. 공격자는 후보 중 하나만 성공하면 되지만, 방어자는 전부 분류해야 합니다. 웨스턴이 탐지 대신 예방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다만 쇼시타이슈빌리의 결론은 비관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지금이 인간 연구자가 사이버보안에 뛰어들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자동화가 걷어간 것은 후보를 찾는 반복 작업이고, 남은 자리는 판단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마무리
블랙햇 USA 2026의 숫자는 “AI가 취약점을 잘 찾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병목이 발견에서 검증·보고로 옮겨갔다는 신호입니다. 커널 개발자와 배포판 보안 담당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스캐너가 아니라, 쏟아질 저품질 리포트에서 진짜를 골라낼 트리아지 체계입니다.